본문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Better life Yeonsu 인천광역시 연수구

국가상징 알아보기


참여·알림메뉴열기


자유마당

  1. HOME
  2. 참여·알림
  3. 자유마당

자유마당

  • 아름다운 홈페이지는 구민 여러분 스스로가 가꾸어 나가는 것으로 건전한 토론을 위해 상업성 내용 및 비방, 욕설, 도배, 홍보성글 등은 사전에 통보 없이 삭제 처리됩니다.
  • 연수구 홈페이지 운영에 관한 규정 제6조 홈페이지 게시물 관리의 의거.
  • 본문에 본인 및 타인의 개인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개인정보유출 피해를 입거나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당할수 있으므로 신중히 입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본 게시판은 답변을 해드리지 않으므로 구정에 대한 전반적인 건의나 개선사항 및 민원성 글은 "구정에 바란다"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게시글의 내용 및 첨부문서에 주민등록번호, 차량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지 않도록 주의 바랍니다.

가을 풍경

  • 작성자
    이정희
    작성일
    2007년 9월 11일
    조회수
    1102
  • 첨부파일





가을 풍경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 들
친구들의 눈매를,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이 시대 이 공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연줄로 맺어져
서로가 믿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인간임을 알게 된다.

낮 동안은 바다 위의 섬처럼
저마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던 우리가 귀소의 시각에는

같은 대지에 뿌리박힌 존재임을 비로소 알아차린다.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때
우리들의 현실은 지나간 과거처럼 보인다.
이삭이 여문 논밭은 황홀한 모자이크.

젖줄같은 강물이 유연한 가락처럼 굽이굽이 흐른다.
구름이 헐벗은 산자락을 안쓰러운 듯 쓰다듬고 있다.

시골마다 도시마다 크고 작은 길로 이어져 있다.



아득한 태고적 우리 조상들이 첫걸음을 내디디던
바로그 길을 후손들이 휘적휘적 걸어간다.

그 길을 거쳐 낯선 고장의 소식을 알아오고,
그 길목에서 이웃 마을 처녀와 총각은 눈이 맞는다.

꽃을 한아름 안고 정다운 벗을 찾아가는 것도 그 길이다.
길은 이렇듯 사람과 사람을 맺어준 탯줄이다.



그 길이 물고 뜯는 싸움의 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사람끼리 흘기고 미워하는
증오의 길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뜻이 나와 같지 않대서 짐승처럼 주리를 트는
그런 길이라고는 차마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미워하고 싸우기 위해 마주친 원수가 아니라,

서로 의지해 사랑하려고 아득한 옛적부터
찾아서 만난 이웃들인 것이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뭘까?

잡힐 듯 하면서도 막막한 물음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은,

태어난 것은 언젠가 한 번은 죽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생자필멸, 회자정리, 그런 것인 줄은 뻔히 알면서도
노상 아쉽고 서운하게 들리는 말이다.



내 차례는 언제 어디서일까 하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을 아무렇게나 허투루 살고 싶지 않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 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
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


답글 수정 삭제 목록

  •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 제 3유형(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 이용조건:출처표시+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