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갈색의 신비한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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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창완
- 작성일
- 2006년 6월 7일
- 조회수
-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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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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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을 제촉하는 비가 제법 많이 내리는 5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늘같이 비가 내리면 대원들의 마음가짐은 평소와는 다르다.
수 많은 사고현장의 경험에서 나오는 기우라 할까?
아니, 기우라기 보다 어쩌면 현실을 준비하는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대원들은 출동차량 및 구조장비 점검을 마치고 담당별 당면업무 처리에 여념이 없던 오전 11:10분경!
“실례합니다.”란 음성과 함께 구조대 사무실의 출입문이 활짝 열리면서 옆 사무실 직원과 함께 2명의 시민이 가슴에 커다란 새 한 마리를 안고 들어왔다.
그것은 순간 대원들의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원들 눈에 비친 새는 둥그렇고 커다란 황갈색눈동자를 껌벅거리며 사무실 내를 이리저리 훑고 있었다.
대장 및 대원들은 이 심상치 않은 새를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에 비치된 “한국의 천연기념물(야생조수류)” 도감을 살폈고 그 노란눈동자의 새가 다름아닌 “수리부엉이”란 것을 알았다.
10여년을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면서 동물 및 조류에 관련된 구조활동도 수 없이 많았지만 오늘같이 그렇게 커다랗고 어찌 생각하면 무섭게만 느껴진 새는 처음이었다.
우선 새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크기에 놀랐고 또 빠져 들것 같은 큰 황갈색눈동자와 어마어마하게 날카로운 송곳같은 발톱에 두 번 놀랐다.
무엇보다 황조롱이, 소쩍새, 비둘기, 까치 등등...
구조현장에서 간혹 접할 수 있는 조류가 아니고 누구나 실제로 보기 힘든 처음 보는 조류였기에 무척이나 신기하기도 했다.
수리부엉이를 가슴에 안고 들어온 시민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인지 무척이나 흥분되어 있었다.
대원들은 수리부엉이를 안전하게 인계받아 구조차량에 적재 된 동물보호 박스에 넣었다.
박스에 넣자마자 수리부엉이는 스르르 쓰러졌다.
어디에 얼마만큼의 부상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외견상으론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우선 대원들은 시민에게 자세한 상황을 알아봤다.
당사자들이 강원도에 갔다가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원주지역을 지날 때 쯤 야산 밑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까치 2마리에게 공격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차량을 멈추었다고 했다.
궁금하여 다가가 자세히 보니 TV에서 간혹 본 듯한 커다란 새가 부상을 당하여 날지 못하는 것 같았고
매스컴에서 간혹 까치들이 매나 독수리를 공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자기들보다 몇 배나 더 큰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또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 같지만 자세한 것은 잘 몰랐기에 까치들을 쫒고 이렇게 가져왔다고 했다.
시민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후 구조대장은 노고에 감사드리며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했다.
수리부엉이의 상태를 보아 시간을 재촉할 수 없어 우선 대한조류협회 인천지부 (연수구 청학동 8-15,전화 832-2100)와 통화를 했고 급히 찾아가 안전하게 인계했다.
인계 과정에서 협회 지부장에게 수리부엉이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지부장은 우리가 인계한 수리부엉이는 어미가 아니고 아기라며 어미인줄 알았던 대원들을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어미는 이 보다 두 배는 더 크다는 것과 아기 수리부엉이는 부상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단지 먹이를 먹지 못해서 그렇다면서 며칠 보살피며 먹이를 먹이고 상태가 회복되면 야생으로 되돌려 보낸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이 야생조류의 산란기라서 이런 조류에 관한 신고를 자주 접한다고 했다.
아울러 일반 시민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런 야생조류나 동물은 구청 환경위생과나 조류협회에 신고를 부탁했음 한단다.
만약 그 2명의 시민이 아니었다면 아기 수리부엉이는 까치들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잘 보살펴 안전하게 돌려보내 달라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가슴속에 아쉬움과 안도감이 찾아왔다.
우리에게 신비감과 기쁨을 준 수리부엉이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며 부디 건강하고 늠름한 멋진 수리부엉이로 자라주길 빌었다.
아울러 다시 한 번 아기 수리부엉이에게 도움을 주신 시민과 대한조류협회 인천지부에 감사를 보낸다.
※ 수리부엉이 : 천연기념물 제 324호(‘82.11.4일 지정)
- 올빼미,부엉이류
- 눈은 황갈색, 날개깃은 진 갈색에 검은 줄무늬.
- 둥지는 깊은 산속 암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