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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배관을 타고 놀다가...

  • 작성자
    문영현
    작성일
    2006년 5월 20일
    조회수
    1384
  • 첨부파일
(구조출동 미담사례)


지난 5월 14일 일요일 오후 3시경.

컴퓨터 앞에 앉아 오랜 시간 인터넷 게임을 하고 있던 허민영(남,13세)은 갑자기 걸려온 친구들의 전화를 받고 책상에서 일어났다.

“수영이 형! 나 친구들하고 잠깐 놀다가 올께”

“알았어! 너무 늦게 들어 오지마!”

논현 주공아파트 105동에 살고 있는 민영이는 친구들과 만나 자주 어울려 노는 212동 앞 놀이터로 달려갔다.

놀이터에는 이선지(남,13세)를 비롯한 같은 동네 친구 네 다섯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논곡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축구하러 갈래?”

“잠깐! 저거 한번 타고 가야지!”

아이들은 212동 입구에서 복도 계단을 통해 걸어 올라가 2층 유리창 문을 열었다.

아파트 현관 입구에 있는 2층 콘크리트 지붕위에서 벽에 있는 가스배관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놀이를 오래전부터 해 왔기에 아이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늘은 누가 먼저 내려갈래?“

아이들이 머뭇거리자 개구쟁이 민영이가 첫 순서로 나섰다.

“내가 먼저 내려 갈 테니까 잘 봐!”

2층 지붕위에서 아파트 벽면 가스배관을 잡고 1층 화단까지 멋지게 미끄러져 내려가자 친구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와! 민영이 너무 잘한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웅성거림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다른 아이들까지 화단 앞으로 모여 들게 되었고 놀이터 의자에 앉아 아들 유아준(남,2세)을 재우고 있던 이민영(여,39세)씨가 아이들의 위험한 놀이를 발견하였다.

아이들 중에는 조카 이선지(남,13세)를 포함한 친구들이 여러 명 있었다.

“얘들아! 위험하니까 그런 놀이는 하지마!”

이씨의 꾸짖음에 민영이는 2층으로 금새 뛰어 올라갔고 다른 아이들은 복도 창문 벽에 숨었다.

주위가 어수선해지자 엄마 품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잠에서 깨어 울어대기 시작 했다.

“우리 아준이 배고파? 우유 먹으러 집에 들어가자!”

이씨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1층에서 기다리는 동안 민영이는 주위에 동네 어른들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가스배관을 타고 순식간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아악----”

외마디 비명소리에 아이들이 아래층을 내려다보자 배관 중간에 걸린 채 허공에 매달려 있는 민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2층 복도 창문위에 있던 친구들은 순간 공포에 질려 모두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선지는 아이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고모 이씨를 발견하였다.

“고모! 큰일 났어요!. 내 친구가...빨리 119 좀 불러주세요!”

이씨는 아이들과 함께 민영이가 매달려있는 화단 앞으로 갔다.

이씨는 민영이의 참혹한 사고현장을 목격하고 울고 있는 아준이는 조카 선지에게 맡기고 배관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로 달려갔다.

가스배관에 설치되어 있는 중간밸브가 민영이의 겨드랑이에서부터 손목 상박 중간부분까지 25cm 정도를 관통한 상태였다.

밸브가 박힌 겨드랑이 부분은 신체의 무게에 눌려 점점 더 피부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씨는 민영이의 엉덩이를 밑에서 받치고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119에 신고를 하였다.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던 민영이의 친구들은 아파트 경비실로 뛰어가 경비아저씨를 불렀다.

사고현장에는 남동공단소방서 119구조대와 고잔 소방파출소 구급차량이 출동하였다.

대원들은 매달려있는 아이의 팔이 신체하중에 의해 더 찢어지지 않도록 받치면서 수월한 구조작업을 위해 신체 일부분에 끼어있는 옷가지를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몽키와 스패너로 조임 너트를 해체하여 중간밸브를 가스배관에서 분리하였다.

밸브의 쇠뭉치가 팔에 깊숙히 박혀 있었지만 다행히 사고현장에서 출혈은 심하지 않았다.

구급대원들은 소독된 멸균거즈에 생리식염수를 적셔 밸브가 관통된 아이의 겨드랑이부터 손목까지 감싸고 와이어 부목과 압박붕대로 고정시키는 등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하였다.

민영이의 아버지는 회사에 나가셨고 어머니는 멀리서 장사를 하시기 때문에 병원에 따라갈 보호자가 필요하였다.

이씨는 아들 아준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병원 응급실에 같이 갈 수가 없었고 집에서 쉬고 있는 남편 유재만(남,41세)에게 전화를 걸어 1층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구급차량에 보호자로 동승하여 함께 가던 유씨는 제물포 역 부근에서 장사를 하시는 민영이 어머니의 연락처를 알아내 사고소식을 알렸다.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 후...

대원들은 민영이의 수술경과가 걱정이 되어 병원에서 간호를 하고있는 어머니 이은정(여,44세)씨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조각난 뼈 접합 수술은 잘 됐어요.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민영이의 상처부위에 세균 감염이 있는것 같다고 하는데 진물만 나오고 더 이상은 수술을 하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예요. 신경조직에도 이상이 있는지 손가락 몇마디는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네요....저희에게는 안 좋은 일이지만 그때 너무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대원들은 수술이 잘 되어서 민영이가 예전처럼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을 거라고 어머님을 안심시키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인천 남동공단소방서 119구조대(032-819-1190)


[구조출동 관련사진]
src=http://119.incheon.kr/namdong/pds/singo/3[0].jpg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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