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진기 속에 빠진 오징어 젓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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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문영현
- 작성일
- 2005년 11월 1일
- 조회수
-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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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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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활동 미담사례)
2005년 10월 22일 오후 17:00분경
수십가지의 젓갈종류를 깡통(20kg)에 담아 포장하고 생산하는 남동공단 119블럭 성우식품 주식회사.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어지럽게 널린 작업장과 기계내부의 물청소를 하기위해 생산부 직원들은 모두 작업하던 일손을 놓고 있었다.
이곳 공장 배합실에서 10년이 넘게 근무하고 있는 이대현(남,58세)씨가 맡은 마무리 청소 작업은 젓갈 운반기계인 충진기 내부청소였다.
“어! 충진기 속에 오징어 젓갈이 남아 있네...”
이씨는 호스를 끌어다가 충진기 내부를 물청소하려던 순간 오징어 젓갈이 스크류 속에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목장갑을 낀 손을 스크류에 깊이 넣고 허리를 숙인 채 낮은 자세로 앉아 오징어 젓갈을 잡아당기고 있을 때였다.
이씨가 충진기 속에 손을 넣고 오징어 젓갈을 빼고 있는 모습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포장부의 김옥선(여,51세)씨는 평소와 같이 작업대 하단의 발판스위치를 밟아가며 물청소를 하기위해 벽에 붙어있는 전기스위치 레버를 올렸다.
으----악!
고통스러운 외마디 비명소리가 공장내부에 울려 퍼졌다.
오징어 젓갈을 빼내고 있던 이씨의 왼손이 충진기가 작동하면서 스크류 속으로 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줌마! 전기 스위치 내려요!”
울부짖는 소리에 사태를 파악한 김씨 아주머니는 허둥대면서 스위치 레버를 다시 내렸다.
왼손이 기계 속으로 말려들어간 이씨를 발견한 동료 직원들은 갑작스런 사고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누가 빨리 119에 신고 좀 해줘요!”
짧은 시간이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이씨는 의식을 희미하게 잃어가고 있었다.
사고가 난 작업장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공무과장 이황칠(남,43세)은 핸드폰을 꺼내 119에 사고소식을 알렸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성우식품은 남동공단소방서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었기에 119구조대와 구급차량은 사고가 난 공장으로 금새 진입할 수 있었다.
“어디입니까?”
“이쪽 이예요. 빨리 오세요!”
구조대원들과 구급대원들은 구조장비와 응급처치에 필요한 구급장비를 들고 충진기가 설치되어 있는 공장안으로 성우식품 직원들과 뛰어 들어갔다.
사고자의 손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공장 바닥을 타고 흘러내려 공장내부는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
대원들은 휴대용 제논탐조등을 작동시켜 손목이 들어간 충진기 내부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았다.
왼쪽 손목이 절단되기 직전의 상태였다.
유압스프레다를 충진기 틈새에 넣고 벌려 보았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빨리 좀 꺼내주세요!”
“조금만 참으세요. 금방 꺼내 드릴께요!”
너무 힘들어하는 이씨 아저씨를 안심시켜가며 다시 구조작업을 시작하였다.
충진기 입구를 막고 있는 외부 커버가 구조작업에 계속 장애가 되어 동력절단기로 우선 커버를 절단하여 제거하였다.
젓갈류를 취급하는 공장이라서 충진기 주변은 상당히 미끄러웠고 절단작업을 하는 구조대원들의 안전사고 위험도 있었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1차 장애물인 커버는 제거했지만 충진기 자체가 주물로 두껍게 제작되어 유압구조장비로도 쉽게 공간이 나오지 않아 대원들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대원들은 다시 동력절단기를 들고 충진기 본체를 절단하기 시작했다.
쇠가 너무 두껍고 뜨거운 열이 계속 발생해서 절단작업을 하는 중간 중간에 호스로 물을 뿌려 충진기 본체를 식혀가며 작업이 진행되었다.
충진기 본체를 한뼘 정도 자르고 다시 유압스프레다를 작동시켜 드디어 손바닥이 들어갈수 있는 작은 공간을 확보했다.
구조장갑을 끼고 충진기 스크류 속으로 손을 넣었지만 말려 들어가 잘려진 손과 오징어 젓갈이 범벅이 되어 사고자의 손이 어느 정도 끼어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대원들은 구조장갑을 벗고 맨손을 충진기의 스크류 속에 넣고 사고자의 장갑을 조금씩 잡아당겨가며 잘려진 손을 기계 밖으로 모두 빼낼 수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고잔구급대원들은 사고자의 왼손에 식염수를 붓고 압박붕대와 부목을 대며 숙달된 손놀림으로 응급처치를 하였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하나요?”
“인천 서구 석남동에 사지접합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성민병원이 있으니까 그 병원으로 이송해 드리겠습니다!”
보호자로 따라나서는 회사관계자와 구급대원들이 구급차량에 사고자를 싣고 급하게 회사정문을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고를 당한 이씨 아저씨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잃어버린 왼손을 다시 찾게 되기를 바라면서 어느새 어둠이 깔려버린 공장을 빠져나왔다
《인천남동공단소방서119구조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