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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면허증 줘도 너는 딱지 못 떼"

  • 작성자
    오과장
    작성일
    2005년 6월 4일
    조회수
    1776
  • 첨부파일

"내가 면허증 줘도 너는 딱지 못 떼"
일방통행 위반, 정화위원에게는 딱지 뗐으나 지역보안대장에게는 못떼
임윤수(zzzohmy) 기자


'단속'하면 대개의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역시 차량과 관련된 주차위반, 과속이나 신호위반이 포함된 이런 저런 교통단속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필자는 1980년에 전투경찰로 병역의무를 시작해 83년 제대하기까지 제주도 서귀포경찰서에서 복무하였습니다.



▲ 제주의 전투경찰은 이렇듯 바다만 지키는 게 아니라 교통 단속도 하였습니다. (도서수색 작전 중 마라도로 가는 배에서)

ⓒ2005 임윤수
지금도 그렇겠지만 그때 역시 경찰서에 근무하는 전투경찰의 임무에는 청사경비나 경찰행정업무 보조 외에 교통정리 등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 때는 신호등을 대신해 교통정리를 했고, 일과시간 때는 주정차위반차량을 단속하거나 사고다발지역에서 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했습니다.

참고로 그 당시 서귀포엔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었기에 아침 시간이면 사거리마다 전경들이 배치되어 로봇처럼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서귀포항이 멀지 않은 솔동산에서 서귀포 극장으로 올라오는 곳에서 순찰을 돌고 있을 때였습니다.

분명 일방통행인 곳인데도 차 한 대가 조금도 주저함 없이 의기양양하게 올라옵니다. 차를 세우고 교육받은 대로 거수경례를 하니 운전사가 창문을 내리면서 "나, 누군지 몰라"하는 겁니다.



▲ 유원지 근무 중 가끔은 이렇듯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2005 임윤수
"누구신데요"하고 물었더니 "나, 정화위원이야"하는 겁니다. 당시 시대상황, 5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정화위원이란 직책의 사람들을 기억할 겁니다. 본인들이야 뭐라고 항변을 할지 모르지만 정화위원들은 소위 지역 유지란 사람들이 대부분인 관변단체(?)의 하나로 정권에 빌붙어 지역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던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때 정화위원들에게 밉보이면 자칫 그 악명 높은 삼청교육대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이들의 영향력과 위세는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화위원이란 사람들이 경찰세계에도 끗발깨나 쓰는 껄끄러운 존재라는 건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저와는 무관한 일이었기에 그 사람의 신분에 눈감아 줄 이유도 주눅들 필요도 없었습니다. 당당하게 일방통행을 위반한 그 사람, 호기라도 부리듯 자신을 '정화위원'이라고 밝힌 운전자에게 다시 한번 위반사실을 통고하고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한동안 핏대 올리며 이러쿵저러쿵 하더니 어쩔 수 없는지 면허증을 꺼내 줍니다.

면허증을 제시받아 통행금지위반으로 딱지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딱지만을 건네주니 면허증은 왜 안 주느냐고 핀잔을 주듯 쏘아붙입니다. "통행금지 위반은 면허정지에 해당하기 때문에 드릴 수 없다"고 하니 다시 한번 노발대발하며 가속기를 밟아 엔진을 부르릉 거리더니 차를 난폭하게 몰고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 흰색 모자에 휘슬 하나면 달리던 차들이 속도를 줄입니다. 사진 속 3명중 필자(오른쪽)가 제일 고참이었습니다.

ⓒ2005 임윤수

계속하여 근무를 하고 있는데 얼마 안돼 무궁화 계급장을 단 보안계장이 순찰차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차에 타라고 하더니 강아무개의 딱지를 뗀 적이 있느냐고 확인을 합니다. 조금 전 이런 저런 상황에서 딱지를 떼었으며 면허증을 보관하고 있다고 하니 "잘 했어"하며 어깨를 툭 쳐줍니다. 그러면서 "조금 있다 그 사람 다시 오면 보안계장한테 혼났다"고 말이나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보안계장에게 '정화위원'이란 완장, 5공의 조력자라는 그늘에 숨어 거들먹거리며 월권을 일삼는 그 정화위원은 눈엣가시면서도 현직 경찰로서는 버거운 존재였겠지요. 그런데 겁없는 졸때기 전경이 딱지를 떼주니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통쾌함 같은 걸 느꼈나봅니다. 그러면서도 대놓고 좋아할 수는 없는 처지기에 그렇게 말하라고 제게 부탁한 모양입니다.



▲ 교통 단속을 나가지 않으면 이렇듯 청사 경비를 하기도 했습니다.

ⓒ2005 임윤수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정화위원은 서귀포 중심가에 있는 개인병원 원장으로 관변단체란 단체엔 전부 기웃거리고 있는 완장 중독증에 걸린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권력이란 권력엔 다 빌붙어 있으니 직업경찰들은 쉽게 손대지 못하는 사람이었죠. 그런 정화위원의 딱지는 이렇게 끊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그 정화위원이 일방통행 길을 거슬러 다니는 일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관변을 기웃대며 이런 저런 유세를 하였지만 아들 또래의 전경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정화위원은 교통법규 위반해도 된다는 교육받은 적 없다"는 말 한 마디가 뭔가를 느끼게 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한 번 걸리면 누구든 봐주지 않는다 해서 나치 독일의 비밀경찰명인 '게슈타포'라는 별명이 붙었던 필자도 딱 한 번 끊지 못한 딱지가 있습니다.

지금이야 어떻게 변해 있는지 모르지만 그 때는 서귀포 라이온스 호텔 앞에서 외돌괴 쪽으로 가는 길에도 일방통행 구역이 있었습니다. 81년 당시 서귀포 시내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 라이온스 호텔이었습니다.

그 날은 라이온스 호텔 근처로 단속지역을 배치받아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별일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일방통행 길로 승용차지만 뒷부분에 짐을 싣도록 되어 있는 픽업 한 대가 호기 있게 일방통행을 거슬러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달려오던지 순간 이 길이 일방통행이 아닌가 의심이 나 교통안내판을 재차 확인할 정도였습니다.

차를 세우니 민간인 복장을 한 중년의 운전자가 유리를 내리고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는 "나, 한라기업 사장인데, 수고한다"고 한 뒤 그냥 가려고 합니다. 재차 차 앞을 막아서니 다시 고개를 내밀고는 "왜?"하고 적반하장의 질문을 해옵니다.



▲ 훈련 중 막간을 이용한 휴식시간이면 총으로 마이크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2005 임윤수
저는 FM(교범)대로 일방통행 위반시 단속조항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그 운전자는 "내가 면허증 줘도 너는 딱지 못 떼"하는 겁니다. 언뜻 면허증을 주는데 딱지를 못 뗀다는 게 이해가 안됐습니다. 딱지를 떼느냐, 못 떼느냐를 가지고 한참 실랑이하다 보니 운전자가 함께 경찰서로 가자고 합니다.

결국 그 차에 동승을 하고 경찰서 보안과로 들어가니 무궁화를 두 개 달고 있던 보안과장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 사람을 응접세트로 안내합니다. 그 사람이 보안과장에게 뭔가를 설명하더니 보안과장이 저를 부릅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인사를 시킵니다. 얼떨결에 악수를 하니 보안과장은 사무실에서 알아서 할테니 나가서 근무나 계속하라고 합니다.

순찰차를 타고 다시 근무지로 나가면서 교통경찰에게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보안대 서귀포 파견대장으로 현역 신분이기 때문에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경찰이 딱지를 뗄 수는 없고, 헌병대로 관련 사항을 통보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헌병대로 이첩을 하여도 단속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이날처럼 교통을 위반해도 그냥 눈감아 버리는데 제가 자신들을 대신해 본때 한번 잘 보여줬다며 좋아했습니다.

경찰들이 보안대장의 교통법규 위반을 눈감은 건 현역군인을 단속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보다는 군부의 권력이 무소불위로 작용하며 서슬 퍼렇게 광란하던 당시에 망나니처럼 휘둘러대는 그 권력의 칼을 피하기 위한 호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겁날 것도 없고 눈치 볼 것도 없던 그때였기에 직업 경찰관들이 차마 어쩌지 못하는 그 정화위원과 보안대 지역대장도 단속하려고 하였을지 모릅니다. 지금도 과연 그런 상황이 오면 스스럼없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자문해보지만 선뜻 '그렇다'는 답은 할 수가 없습니다. 버거운 현실에 눈치마저 주눅 든 것은 아닌지 나중에 자문해 보렵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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