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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따라오지마!

  • 작성자
    문영현
    작성일
    2006년 1월 8일
    조회수
    1576
  • 첨부파일
(구조활동 미담사례)

2006. 1. 8. 일요일 아침 10:17분경

연수구 청학동 성두맨션 102호에 거주하는 최승식(남,40세)은 아침을 먹고 나서 주택 뒤뜰에서 키우고 있는 진돗개 한 마리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휴일이라 레미콘 운전일도 없고 무엇보다 자신이 아끼는 애견인 진돗개를 산책시키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문학산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2006년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일이라서 그런지 등산을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청학사’ 절을 지나서 다시 산을 내려온 뒤 청학동 주택가 골목길에 들어설 때였다.

목줄에 이끌려 잘 따라오던 자신의 진돗개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계속 짖어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반석교회' 앞에 있는 쓰레기 더미를 열심히 뒤지고 있는 개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었다.

최씨는 개의 목줄을 잡아당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던 개가 어느새 자신을 향해 계속 따라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검은색 털에 몸집이 엄청 크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대형견 이었다.

입가에는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모습이 미친개 인 것 같기도 했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돌아다녔다면 치명적인 병에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들어 개에 물려 사람이 죽는 사고가 연일 TV에서 방송되었기에 최씨는 겁이 덜컥 났다.

길가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들어 미친 듯이 마구 휘둘렀다.

“저리 가! 제발 따라오지마!”

하지만 검은 개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얼굴 표정의 작은 변화조차도 없었다.

그러다가 최씨가 걸어가기 시작하면 다시 뒤따라오는 것이었다.

성두맨션 앞에 도착한 최씨는 자신의 진돗개를 데리고 주택 뒤뜰에 몸을 잠시 숨겼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잠시 후 검은 개가 뒤뜰에 다시 나타났다.

이젠 도망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었다.

진돗개도 화가 났는지 검은 개를 보고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최씨는 검은 개를 쫒아 버릴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진돗개의 목줄을 풀어 주었다.

마침내 물어뜯고 엉키고 한바탕 대 혈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몸집에서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 진돗개가 목을 물렸는지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최씨는 뒤뜰에서 삽자루를 꺼내 검은 개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검은 개가 최씨의 손을 물어버렸다.

다행히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물린 순간 장갑에서 손을 빼내어 다치지는 않았다.

최씨는 자신의 진돗개를 안전한 곳으로 잠시 피신시키고 뒤뜰로 돌아왔다.

그러나 검은 개는 뒤뜰 개집 앞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놔둔다면 동네 아이들이 언제 물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최씨는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경찰과 119에 동물 포획요청 신고를 하였다.

현장에는 순찰차 한 대와 남동공단소방서119구조대가 출동하였다.

성두맨션 주택가의 뒤뜰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펴보니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서 있는 검은 개는 “롯트와일러(독일산) 종이었다.

몸무게가 50kg은 족히 나갈 정도로 상당히 몸집이 컸다.

구경나온 주민들의 말을 듣고 최씨가 구조대원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 개가 독일의 히틀러가 항상 옆에 두고 키웠다는 개인데 일부러 며칠씩 굶겼다가 사람하고 같이 가둬서 물어죽이게 했다는 무시무시한 개래요. 놓치지 말고 꼭 좀 잡아주세요.

주인이 키우다가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오랫동안 방치된 대형견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섣불리 포획하다가는 대원들이 물릴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이대로 도망가게 놔둔다면 주택가에 사는 어린아이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대원들은 그물망이나 포획용고리가 아닌 마취총으로 포획하기로 결정하였다.

“야! 저기 엄청 큰 개 있어!”

언제 소문을 듣고 몰려왔는지 동네 아이들도 성두맨션 주택가 주변에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얘들아! 개에 물리면 큰일 나니까 빨리 집으로 들어가!”

대원들은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블루건(마취총)에 마취주사액을 장전하고 뒤뜰에 버티고 서 있는 롯트와일러를 향해 조준한 뒤 힘껏 발사했다.

마취주사액을 몸에 맞은 롯트와일러는 대원들을 향해 그대로 돌진하더니 성두맨션 인근에 주차된 차량 뒤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마취약이 투약된 롯트와일러는 졸린 듯이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대원들은 마취가 풀려 언제 일어날지 몰라 로프로 롯트와일러의 네 다리를 묶고 나서 출동차량에 실었다.

“연수구청 유기동물 관리부서에 인계할 계획입니다.”

구조대원들은 순찰차를 돌려보내고 주민들을 안심시킨 뒤 연수구청으로 향했다.

근래에 개가 어린아이를 물어 죽이는 사고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유기동물이 주위에서 발견되면 119 또는 관할구청에 신속하게 신고를 해주어야 이런 안타까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남동공단소방서119구조대(032-819-1190)


[독일산 롯트와일러 관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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