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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열리지 않은 현관문

  • 작성자
    문영현
    작성일
    2006년 3월 13일
    조회수
    1600
  • 첨부파일
(화재출동 미담사례)



꽃샘추위와 함께 찾아온 황사주의보가 전국에 발효된 지난 3월 11일(토요일) 11:15분경

연수동 솔밭마을아파트 109동에서는 내부 페인트칠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페인트 공사를 맡은 수산기업(주)의 이승정 과장과 인부 8명은 15층 작업을 마치고 14층으로 걸어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무슨 냄새나지 않아?”

“그러게 말이야 불이 타는 냄새 같기도 하고...”

이들 일행은 1404호의 방범창틀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보기 시작했다.

“불 냄새 맞아. 아파트 관리실에 빨리 전화해!”

주말이라 관리실에는 이민우(남,65세) 전기기사와 유상철(남,32세) 보일러 기사만 남아있었다.

“아저씨 여기 1404호에서 불난 것 같아요! 빨리 올라와보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관리실에 설치된 화재경보기도 화재를 감지하고 울려대기 시작했다.

“따르르르르릉....”

관리실 직원 두 명은 승강기를 타고 1404호로 올라가 화재 열기로 뜨거워진 현관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집안에는 인기척이 없었고 현관문은 전자도어록과 보조키로 굳게 잠겨 있어 도저히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안되겠어! 119에 신고해야지!”

아파트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베란다 유리창이 깨지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시각 동춘동에서 문학동 방향으로 자가용을 몰고 가던 오만석(남,40세)씨도 검은 연기를 발견하였다.

“연기가 검은 게 심상치 않은데.... 화재가 난 게 분명해!”

오씨는 자가용을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정차시키고 핸드폰을 꺼내 119에 최초로 화재신고를 하였다.

소방방재본부 상황실로 화재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11시 23분경

남동공단소방서 소방차량 14대가 연수동 솔밭마을아파트로 싸이렌을 울리며 출동하였다.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대원들은 로프와 수관 그리고 파괴 장비를 손에 들고 14층으로 올라갔다.

복도에서 1404호의 방충망과 창문을 제거하자 검은 연기가 한꺼번에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음식물을 올려놓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었다.

“현관문 파괴해!”

대원들은 도어오프너와 배척(빠루)을 가지고 현관문을 강제로 벌려 개방하였다.

화재열로 인해 한껏 달구어진 현관문이 활짝 열리자 자물쇠를 열고 빠져 나오지 못한 채 현관문 앞에 쓰러져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구조대원들은 팬티만 걸친 채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를 들어 승강기가 있는 복도 중앙으로 달렸다.

“잠깐만 비켜주세요”

검은 연기가 한없이 복도로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한 주민들이 놀라서 대피하느라 승강기는 14층으로 빨리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집안에 고립되었다가 뒤늦게 구조된 할아버지의 코와 입 주위는 시커먼 그을음으로 가득했고 군데군데 화상 흔적과 호흡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승강기를 타고 14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구조대원들은 할아버지의 턱을 들어 기도를 열어주었고 공기호흡기의 보조마스크로 입 속에 공기를 넣어 주었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입술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109동 아파트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춘구급대에 할아버지를 신속히 인계하였다.

“호흡이 없으시니까 산소호흡기 착용시켜 주세요!”

화재사고가 발생한지 이틀 뒤...

대원들은 할아버지의 상태가 걱정이 되서 길병원 응급실로 전화를 하였다.

“11일 화재현장에서 구조된 백홍정(남,60세) 할아버지의 상태가 어떠신가요?”

“예! 그 분 의식이 돌아오셨어요!”

대원들은 할아버지가 다시 깨어나셨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좀도둑을 비롯한 각종 범죄사고로부터 내 집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요즘 집집마다 현관문과 창문에 최첨단 전자도어록을 비롯한 자물쇠와 이중 방범창을 여러 개 설치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집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하게 되서 여러 개의 자물쇠를 빨리 열지 못할 수도 있고 방범창을 뜯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또한 전자도어록이 갑자기 작동이 되지 않으면 이번 화재사고처럼 꼼짝없이 화재현장에 갇힐 수도 있으므로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도둑이 침입하면 한보따리의 재산을 잃게 되지만 화재에 방심하거나 대비하지 않으면 한줌의 재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천남동공단소방서119구조대(032-819-1190)



[화재사고 관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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